전쟁과 정치적 박해, 종교적·사회적 차별 등을 피해 한국을 찾는 외국인이 이어지는 가운데, 난민의 인권 보호와 국내 정착 지원, 국민의 안전 및 사회적 부담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가 중요한 정책적 과제로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경기도가 광역자치단체 최초로 난민 생활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발표해 주목된다.
경기도는 2026년 10월 30일 '경기도 난민 실태 모니터링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조사는 도내 거주 만 15세 이상 난민 15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난민 당사자와 현장 활동가 등 19명을 대상으로 심층면접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조사 결과 난민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지원 분야는 생계·주거 지원으로 71.8%를 차지했다. 이어 고용·자립 지원이 60.4%로 나타났다.
특히 체류위기 유형으로 분류된 응답자 23명은 모두 지난 1년간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고 답했다.
의료 이용에서도 체류자격에 따른 차이가 확인됐다. 필요한 때 병원을 이용하지 못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안정체류 유형에서 17.8%였지만, 체류위기 유형에서는 82.6%에 달했다.
또한 전체 응답자의 60.4%는 법률상담이 필요했지만 실제 상담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 결과는 난민들이 한국 사회에서 겪는 주거와 생계, 의료, 고용, 법률지원 문제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 대한민국 난민 정책, 숫자로 살펴보면
법무부가 발표한 2025년 난민 종합통계에 따르면 2025년 국내 난민 신청 건수는 1만4,626건이었다.
같은 해 난민으로 인정된 사람은 135명이며, 2025년 말 기준 누적 난민 인정자는 1,679명으로 집계됐다.
다만 난민 인정자와 난민 신청자는 구분해야 한다. 난민 신청을 했다고 해서 모두 난민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며, 심사가 진행 중인 사람도 적지 않다.
이처럼 난민 정책은 단순히 신청 건수나 인정자 수만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심사 기간과 제도의 공정성, 체류 중인 사람들의 생활 여건, 정착 지원의 실효성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 난민의 인권과 국민의 권익, 균형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난민 문제를 둘러싼 사회적 논의에서 중요한 것은 어느 한쪽의 입장만을 앞세우지 않는 것이다.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이 지켜야 할 인권과 인도주의적 책임은 분명히 존재한다. 동시에 난민 정책이 국내 사회에 미치는 영향과 국민이 체감하는 치안, 복지, 주거 및 일자리 문제에 대해서도 객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특히 난민과 관련한 범죄나 사회적 갈등을 다룰 때는 개별 사건의 사실관계를 확인해야 하며, 특정 국적이나 집단 전체에 대한 편견으로 확대해서는 안 된다.
경기도의 이번 조사는 이러한 논의를 시작할 수 있는 중요한 기초자료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조사 참여자가 156명이라는 점에서 이를 경기도 전체 난민의 상황으로 일반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조사 표본의 구성과 지역별 분포, 체류자격별 특성 등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묻는다
난민 문제는 지방정부만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난민 인정과 체류자격 심사는 중앙정부의 법적·행정적 권한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지방정부는 지역 내 주거와 의료, 교육, 고용 지원을 담당하는 관계기관과 협력해 정책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정부 역시 난민 심사의 신뢰성을 높이고, 국민에게 정책과 통계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난민을 보호하는 제도와 국민의 우려를 해소하는 정책은 서로 대립하는 가치가 아니다. 공정한 심사와 책임 있는 정착 지원, 투명한 행정이 뒷받침될 때 사회적 신뢰도 높아질 수 있다.
대한민국은 난민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그리고 국민의 권익과 사회적 안정을 어떻게 지켜낼 것인가.
이제는 선언적인 인권 보호나 막연한 사회적 우려를 넘어 객관적인 자료와 현장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답을 찾아야 할 시점이다.
난민 문제는 외면한다고 사라지는 문제가 아니다. 그렇다고 충분한 검증 없이 확대하거나 축소해서도 안 된다.
국가의 책임은 인권을 보호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국민에게 정책을 설명하고, 제도가 공정하게 운영되도록 관리하며, 발생하는 사회적 문제에 책임 있게 대응하는 것까지 포함한다.
대한민국의 난민 정책이 인권과 국민의 권익을 함께 지키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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