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 결과 경기도에 거주하는 난민 상당수가 생계와 주거, 의료, 고용 및 법률지원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 결과는 난민 문제가 단순히 외국인의 국내 체류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 복지와 노동시장, 교육, 의료 및 인권 정책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음을 보여준다.
■ 난민 156명 설문조사…생계·주거 지원 요구 71.8%
경기도가 2026년 10월 30일 발표한 '난민 실태 모니터링 조사'는 지난 8월부터 10월까지 도내 거주 만 15세 이상 난민 15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난민 당사자와 현장 활동가 등 19명을 대상으로 심층면접을 진행한 결과다.
조사에서 가장 필요한 지원 분야로 생계·주거 지원을 꼽은 응답자는 71.8%에 달했다. 고용·자립 지원이 필요하다는 응답도 60.4%로 나타났다.
특히 체류위기 유형으로 분류된 응답자 23명은 모두 지난 1년간 경제적 어려움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이는 난민들이 국내에 들어온 이후에도 안정적인 생활 기반을 마련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 의료 사각지대와 법률지원 공백도 드러나
이번 조사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의료 접근성이다.
필요할 때 병원을 이용하지 못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안정체류 유형에서 17.8%였지만, 체류위기 유형에서는 82.6%로 큰 차이를 보였다.
체류위기 유형 응답자의 91.3%는 2주 이상 지속되는 슬픔이나 절망감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법률지원 문제도 심각한 과제로 확인됐다. 전체 응답자의 60.4%는 법률상담이 필요했지만 실제로 지원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한 난민 지원 서비스 이용 경험이 없다는 응답과 관련 정보를 얻기 어렵다는 응답도 확인됐다.
보호자 없는 미성년 난민의 생활과 교육 문제, 난민 가정 자녀들의 진학정보 부족 역시 해결해야 할 과제로 제시됐다.
■ 대한민국 난민 정책,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실질적인 보호
법무부의 2025년 난민제도 운영 통계에 따르면 2025년 국내 난민 신청은 1만4천626건으로 집계됐다.
같은 해 난민으로 인정된 사람은 135명이며, 1994년 제도 도입 이후 누적 난민 인정자는 1천679명이다.
누적 난민 인정률은 2.7%로 나타났다. 인도적 체류 허가자는 2025년 말 기준 누적 2천727명이다.
이 수치는 난민 신청자가 모두 난민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며, 신청자의 보호 필요성을 개별적으로 심사하는 제도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난민제도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는 정당한 보호가 필요한 사람에게는 적절한 보호를 제공하고, 심사 절차와 체류 관리의 공정성과 투명성도 함께 확보해야 한다.
■ 경기도의 첫 시도, 이제는 실행력이 관건
경기도는 2025년 10월 10일 '경기도 난민 인권보호와 기본생활 보장 조례'를 제정·시행했다.
이 조례는 난민과 난민신청자, 인도적 체류자 등의 안정적인 정착과 자립을 지원하고 인권 증진 및 지역사회와의 조화로운 공존을 도모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이번 실태조사는 이러한 제도적 기반을 실제 정책 수요와 연결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경기도는 조사 결과를 토대로 시·군과 관계기관 간 정보 공유 및 서비스 연계 방안을 마련하고, 지방정부 차원에서 개선할 사항과 중앙정부 차원의 제도 개선 과제를 구분해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조사 결과가 실제 정책으로 이어지려면 예산과 담당 인력, 지원 대상과 기준, 사업 성과에 대한 지속적인 점검이 뒷받침돼야 한다.
난민 문제는 어느 한 지방정부만의 노력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만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지역사회가 역할을 분담하는 체계도 필요하다.
■ 기자의 시선
난민 문제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은 결코 하나로 통일돼 있지 않다.
전쟁과 박해, 정치적 탄압 등으로 삶의 터전을 떠난 사람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인도주의적 책임이 있는 반면, 국민들 사이에서는 일자리와 복지 재정, 치안, 사회적 갈등 등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이러한 우려를 단순히 편견으로 치부해서도 안 되고, 반대로 난민 전체를 잠재적인 사회문제로 취급해서도 안 된다.
중요한 것은 객관적인 자료와 공정한 제도다.
난민 심사는 엄격하고 투명해야 하며, 보호가 필요한 사람에게는 인간다운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 동시에 국민에게는 난민 정책의 대상과 기준, 예산 집행 및 관리 현황을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
특히 의료와 교육, 고용 및 주거 문제를 방치하면 난민 당사자의 고통뿐 아니라 지역사회에도 장기적인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
경기도의 이번 조사는 난민 문제를 추상적인 인권 논쟁에서 구체적인 생활 정책의 영역으로 끌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변화로 연결하는 일이다.
난민을 무조건 받아들이자는 것도, 무조건 배척하자는 것도 해답은 아니다.
공정한 심사와 책임 있는 보호, 국민과의 소통을 통해 대한민국이 감당할 수 있고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난민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난민 문제는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대한민국 사회의 현실이 되고 있다.
pko58980@naver.com

